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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정 사진 - 서울 강남구의 한 동사무소 2008.01.06
2007년 12월 29일.
2007년을 보내면서 좋은 일 하나 하자고
내가 속해 있는 유리상자 에서
[독거 노인 영정 사진 촬영] 봉사 활동을 했었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posting하는 Loading... ㅡㅡ;)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왠지 짠한 마음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동사무소가 왠만한 구청보다 더 좋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행색 또한 초라하신 분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초라해 보일 정도였으니...

명품 정장을 하신 할아버지.
명품 가방을 턱하니 들고 계신 할머니.
자기 자식이 어느 신문사의 부장이라는 할머니.

이분들이 과연 독거 노인분들 맞는가 하는 의문이 더 많이 들었다.

물론 모든 분들이 그런 것 만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촬영하는 데에 있어서도,
이미 유명 스튜디오에서 찍으신 분이 있으셨고,
몇몇 분은 그래도 웃으며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시 찍자고 하시는 유쾌한 분도 계셨다.

단 한분의 할머니께서만 촬영하면서 눈물을 보이셨다.

어쩌면, 우리가 시작하려던 취지와 맞지 않으신 분들을 찍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처음이었던 이 봉사활동이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우선 동사무소나 구청에 무턱대고 우리가 영정 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하겠다 하면
들어줄 곳은 거의 없다.
인맥이 없이는 힘든 봉사 활동이다.
그나마 이번 봉사 활동은 우리 유리상자 내에
이 동사무소 해병대 전우회의 한 분을 알고 계셔서 그렇게 연계가 된 것이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나가면서 내가 이렇게 풍족한 동네 말고
다른 곳에서 다시 봉사하고 싶다고 하자,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단다.]
라는 대답만 들었을 뿐.

캐주얼 복장으로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온 느낌으로 봉사활동을 마쳤다.
그래도,
나를 보고 손주 같다고 하시며,
손을 꼭 잡아 주시는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외할머니도 찍어드려야 하는데...
조만간 대구나 내려가야겠다.

p.s. 디카가 없어 사진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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