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여행을 떠나야지 하는 생각만 있을 뿐, 어디로 가서 무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후에, 그저 바다에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안산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는... 목포행 버스에 몸을 실고는,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벌써 목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낯선 풍경들. 시간은 대략 오후 10가 넘었다. 그제서야 내가 무얼 준비했는지 둘러본다.
필름 카메라 X-300, X-700, 똑딱이 카메라 F30, 흑백 필름 3통, 슬라이드 3통, 삼각대, 지갑, 양말 2켤레, 모자.
정말 단촐하게 떠났다. 그저 출사 정도의 준비일 뿐. 뭐, 내 여행이 그렇다. 그러고 보니 지도도 하나 없다. 그러나 걱정은 하나도 안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지역 지도는 하나쯤 분명히 있다.
버스 터미널에도 목포 전체 지도가 큼직하게 있었다. 자 어디로 갈까... 바다를 보러가야지. 방향은 여객선 터미널.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니, 버스가 없다. 나에겐 상관없지.
지금부터 이 여행의 핵심인... 걸어다니기가 시작되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여객선 터미널까지 걷는다. 밤이 늦어 사진은 찍지 않았다. 삼각대를 가져오긴 했지만, 굳이 찍을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이 생각 저 생각만 가득하다.
목포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12시가 넘었다. 목포역 근처 거리에는 루미나리에를 설치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자.. 똑딱이의 성능을 발휘할 시간...
012
루미나리에를 처음 보았지만,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런가... 흠... 저녁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 주변에 보이는 해장국 집으로 들어간다. 콩나물 해장국을 시키고는 잎새주도 하나 시켰다. 맛있다. 잎새주도 맛있다. 해장국 한 그릇과 잎새주 반병을 먹으니, 배도 부르고,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다. 이제 다시 루미나리에를 보려니, 꺼졌다. 시간이 벌써 2시가 넘었다. 사람도 별로 없다. 바로 움직이기는 조금 시간이 알맞지 않아 잠시 피시방에 들른다. 그리고는... 잠시 잠이 든다.
2월 19일 - 비금도
여행의 중심은 바로 둘째 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눈은 많은 것을 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전혀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새벽 4시... 피시방을 나와 다시 걷는다. 여객선 터미널 쪽으로 걸어간다. 이제 우리나라 표지판도 제법 잘 되어 있어서 표지판만 보고도 잘 찾아갈 수 있게 되어있다.
목포 수산물 시장 근처에 배가 들어와 있다. 가로등만 켜져있을 뿐, 사람은 나 혼자다. 차도 다니지 않는다. 커다란 개 한마리만 어슬렁 거린다. 나를 따라와서 잠깐 놀라기도 했는데, 나에게 경계를 갖고 있지 않은 듯 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는데도 어둡다. 조금더 걸어보자. 해양대학교까지만 걸어보자.
잘 안보이겠지만, 로렐라이라는 노래는 학교 다닐 때 배우지 않았는가... 하여간 그런 비슷한 느낌. 이름이 인어바위였던가...
또 걸어서... 유달 해수욕장까지 걷는다. 이제 날이 조금씩 밝아져 오는 것이 느껴진다.
흐릿한 시선...
해양대학교 후문까지 다시 걸은 후에, 버스를 탄다. 첫 버스. 그냥 여객선 터미널이라고 쓰여진 버스를 탄다. 타고 나서야, 그 곳을 지나는 버스는 모두 여객선 터미널을 지난다는 것을 알았다. 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여객선 터미널에 내린다. 걷기는 한시간 반을 걸었는데, 천천히 달려온 버스는 10분도 안 걸린다.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오자 섬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 대한 동경인가... 제주도 외에는 한 번도 섬에 들어간 적이 없었으니... 그런데 문제는... 어떤 섬이 어떤지 전혀 준비가 없다는 것. 그래서... 제일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찍었다. 비금도. 흑산도에 가고 싶긴 하지만... 배삯이 만만치 않다. 다음에는 흑산도에 가보리라. 하여간... 시간을 보니 금방 배가 떠난다. 밥먹을 시간도 없이... 근처 슈퍼에 들러 초코바 3개와 물 한통을 산다. 자... 출발이다.
지금은 설레임보다는, 피곤이 밀려온다. 내가 탄 여객선은 쾌속정이다. 제일 먼저 정박하는 곳이 비금도이다. 소요시간은 약 50분.
가는동안, 계속 졸았다. 깊이 잠들었다간 어디까지 갈 지 몰랐기 때문에 조금 긴장했다. 도착해서 섬에 내리니, 외지인은 나 밖에 없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럴수도... 할머니 한분이 무거운 것을 들고 가신다. 내가 들어드렸다. 뭐라 말씀하시는데, 못알아 듣는다. 그냥, 네.. 괜찮아요.. 그런다.
걷기만 한다. 먹는 것이라곤 초코바와 물 밖에... 섬에 도착한 것이 오전 8시 40분쯤. 걸어서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 것이 오후 3시 30분 쯤이었다. 7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다. 발도 아프고, 카메라를 매고 있던 어깨도 무겁다. 체력이 거의 소진되어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바다에서의 일몰을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일반선을 타기위해 시간을 맞추다 보니, 걷는 동안 쉴 수 없었다. (쾌속정은 배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마지막에 정말 한 걸음 옮기 힘들때에야, 주민의 도움으로 선착장에 올 수 있었다. 4시 20분. 배가 도착했다. 일반선은 목포 여객선 터미널까지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이다. (카페리호를 여기서는 일반선이라 부른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나라지만... 쏟아져오는 잠을 피할 방법은 없다. 단지, 해 지는 것은 봐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며 잠이 든다.
얼마나 잤을까... 깨어보니, 주변이 붉게 물들어간다. 아차...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주섬주섬 물건들과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간다.
늦었다. 필름 카메라는 꺼내지도 못한다.
그래도... 그래도 다행이라고... 이정도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그렇게 안타깝지도, 내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붉은 바다는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조각달이 너무 이쁘게 떠 있었다. (사진은 너무 광각으로 찍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바다에게서 평온을 배워왔다.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는 내가 머물 곳이 없다. 이미 몸은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에 어딘가 몸을 뉘여야 했다. 다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시내 버스를 -역시 버스 터미널이라고 쓰여있는 버스를 골라- 탔다. 그런데.... 버스 터미널 근처에는 여관은 많은데, 내 주머니에는 그만한 돈이 없었기에 찜질방을 찾았건만, 보이지 않는다. 물어보니, 더 들어가야 한단다.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는 광주행 버스를 탄다. 광주에는 있겠지...
광주에 도착하니 시간이 9시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단 한끼도 먹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 이번에는 뼈다귀 해장국. 내가 해장국을 좋아하긴 좋아하는가 보다. 역시 소주 반병. 또 배부르고 알딸딸하다. 그제서야 내 왼쪽발이 조금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걷는데 지장 없었으므로, 바로 찜질방으로 향했다. 씻고는... 잠이 든다.
2월 20일 - 부산, 남포동
찜질방에서 자는데, 아이러니하게, 찜질방이 춥더라... 제대로 푹 잘 수가 없었다. 새벽 5시 쯤엔가, 다른 누군가의 이불을 뺏어와 잠들 수 있었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중에, 부산을 가기로 했다. 친구도 있고, 자갈치 시장이 가고 싶어서...
사람이 많다. 바로가는 표가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광주 버스 터미널에 가면 나는 항상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주변을 돌면서 찍은 사진이 많지는 않다.
역시 날씨는 좋다. 운이 좋은가보다. 마지막 사진을 찍고는 기분이 좋다. 의도한 대로 사진이 나와서 그런가보다. 하늘은 나의 영원한 주제.
부산으로 떠난다. 차가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달린다. 서부산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5시 30분. 해가 지려고 한다. 오늘 사진은 접어야 하는가 망설인다. 그래도 기왕 왔는데... 보수동으로 향한다.
헌 책들이 많다고 들어 왔는데, 그런 책들 보다는 참고서가 100배 많았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개념이 없는가보다.. ㅡㅡ;
이제 날이 완전히 저물어 자갈치 시장의 모습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용두산 공원으로 향했다. 10년 전에 와보고는 오랫만에 온 것이다.
남산의 서울타워보다는 못하긴해도 부산의 명물이다. 다음에는 저 위에 올라가 보리라 마음 먹었다.
이제 도저히 걷지를 못한다. 한계에 다다랐다. 왼쪽 발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제대로 잠을 못잔다면, 한참을 고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친구집 근처, 구포의 한 여관을 찾는다. (친구집에서 자기에는, 내가 더 이상 어리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는, 깊이, 깊이 잠들어 버렸다.
2월 21일 - 집으로
아직 자갈치 시장을 가지 않았다. 부산에 온 목적은 자갈치 시장이었으므로, 그 곳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몸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일어나기도 늦게 일어난데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그래도... 마지막 가야 하는 곳이니까 힘내자며 나를 버스 정류장으로 몰아 세웠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부산의 한 버스... 그 안에 내가 타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법자. 법을 지키는 운전자마저 나쁜 놈이 되어 버린다. 왠만한 놀이기구는 이제 흥미를 잃어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버스는 김해로 가고 있다. 젠장... 잘 못 탔다. 미리 KTX를 끊어 놓은 상태라 시간이 중요한데,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니... 폭주하고 있는 버스에서 내리기가 겁이났다. 온전치 못한 발 때문에... 종점까지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내리긴 했다. 돌아가려니 막막. 그래도...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니, 또 미친놈처럼 배실거린다.
KTX의 출발 시간은 오후 2시. 자갈치 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30분이다. 앞으로 여유 시간은 1시간. 그 안에 무언가 건질만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래서, 디카는 가방에 넣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랬는지... 하여간 그래서 자갈치에서의 사진은 하나도 없다. 뭐, 필름도 제 10컷을 찍지 않았으니, 그중에 하나 괜찮으면 다행이다. 한 40분 정도 빨빨거리며 돌아보다, 부산에 오면 항상 먹는 돼지 국밥이 생각났다. 마침 배도 고팠고... 국밥을 먹으로 시장 한켠에 있는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께서 스윽 쳐다보시고는 하던 일을 계속 하신다.
역시 의도한 사진...
국밥을 신나게 먹고 있는데...
그 근처를 떠도는 강아지. 처음 온 것은 아닌 듯 보였다. 아주머니가 돼지고기 몇 점을 던져준다. 눈치를 살피더니, 잘 먹는다. 나처럼 먹는다.
밥을 먹고나니 1시 30분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게다가 KTX는 처음 아닌가. 부산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도착은 45분. 15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서점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시집 한 권을 산다. 내 몸의 한계를 접하고는, 이제 내 지갑의 한계도 만났다. 주머니에 200원 남았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아.. 이제는 서울 나가는 것도 여행이 되어버렸구나. 아니다... 집을 나가면 언제나 여행이다.
오랫만에 서울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어제 과음을 한 상태라 속도 좋지않고, 결정적으로... 오전까지 술이 깨지 않아 지하철을 탔음에도 빙글빙글...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날씨도 사진 찍기 좋은 날씨... 쨍하니 맑지도 구름이 많아 흐리지도 않은 날씨...
350D로는 30컷을 채 찍지 못했고, 필름은 흑백만 5~6컷 찍은 것 같다. 음... 나에게는 제법 많이 찍은 하루다. ^^
하나씩 올려본다. (시간 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피카디리에 갔었던 것은 영화 [접속]을 본 것이었다.
여기가 안방인가...
인사동은 무조건 찍지 말란다. 그래서 몰래 찍는다.
빵사는 이쁜 아가씨. 도촬 전문가 다되어 간다.
이쁜 아가씨는 아니었다.. ㅋㅋ
연인.. 이제는 부러운 사람들..
필름으로 촬영한 것은 언제 현상하게 될런지... 현상료가 만만치 않겠다.
오랫만에 사진찍어서 기분은 좋았다. 물론 같이 한 사람들 덕분에 더 좋았고... 유리상자 현묵이형, 규호형 고마워요. ^^
이제 내게는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여행으로 느껴진다.
오랫만에 안양역으로 났갔다.
얼마나 변했는지도 궁금했고,
마땅히 할 일도 없었으니...
참..
대부분의 사진을 필름으로 찍어서
그 사진은 언제나 포스팅 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현재 인화할 필름만 4통 있다.
카메라에도 두통 걸려 있으니...)
이 때의 시간이 6시 조금 안되었으니,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는 안양역에 돌아와서...
캔디드 남발... 하려 했으나, 단 한 장만 찍었다. ^^
나는 연인들의 상큼한 모습을 캔드디 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보다.
부러워서 그런가...
자연스럽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라 그런가...
사실, 이번 출사의 목표는..
아래 음악의 컨셉이었다.
[저작권 관련하여 음원을 삭제 하였습니다.]
적절한 사진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넣고 싶었는데...
배경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컨셉 급 선회!!
무계획으로 바꾸었다.
그냥 평소대로.. ^^
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좋은 사람이다. 나와는 사진 스타일이 틀려서,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다니는데, 이 사람은 이리저리 둘러보는 나를 찍고 있다. 함께 해 주어서 고맙기만 하다.
민속촌을 나가기 전. 한약방 마을에 들러 이 친구는 쌍화탕(?), 나는 산수유 차를 마셨다. 그 곳에서 우리에게 차를 주시던 아주머니... 이 친구가 가지고 있던 작업용 MP-300으로 즉석 인화하여 드리니 참 좋아하신다.
오랫만에 찾은 민속촌... 추억도 가득한 곳이라,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우리 나라에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을 듯 해서... 이겨 내리라 마음먹고 갔다. 뭐, 그래도 기억은 하나도 안지워지더라... 아니.. 생생하게 살아 나더라... 아마도 그 때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인가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게 좋지 않다... 언제고 같은 상황이나 같은 장소에서는 예전 기억이 하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그 때의 카메라도 같은 카메라라 그런가...
그래도 말이지... 오랫만에 바람쐬러 나갔다 오니 좋았다. 역시 나는 어디 쳐박혀 있으면 안되는가 보다..
이 곳에 올라온 인물 사진은 저작권은 제게 있고 초상권은 각각 그 분들께 있습니다. 이 곳에 올린 사진은 무보정 리사이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