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Monologue'에 해당되는 글 56건

  1. 새 생명 6 2008.02.04
  2. 고리 #2 4 2008.01.14
  3. 접촉 사고 4 2008.01.07
  4. 동생 결혼 4 2007.12.26
  5. Failed 10 2007.06.21

새 생명

from Story/Monologue 2008. 2. 4. 23:59
나와 같은 나이의 회사 동료가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배가 남산만 해서 힘겹게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 그녀가,
아이 낳는 것이 겁난다던 그녀가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 나는 그 병원을 찾았다.

그 병원에서는 내가 아이 방으로 찾아갈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산모가 직접 데리고 나와 보여 주었다.
처음 봤을 때...
참 이뻤다.
그 작은 몸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번이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갓난 아이를 볼 때마다 느낀다.

잠깐 나와 나는 커피를 그녀는 바닐라 핫초코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반 강제적이다.
나보고 얼른 결혼하라고...
얼른 결혼해서 아이 낳아 보라고...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그래, 알았다 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다른 회사 동료가 왔다.
오랫만에 동갑내기들만 모였다.

그녀의 남편이 아이를 보고 있다고 잠시 인사도 하고
남자 동료도 아이를 보고 가라고 해서
다시 그 곳으로 갔다.
그녀의 남편이 데리고 온 아이.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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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세계인 듯 느껴졌다.
결혼 그리고 아이...
그 낯선 세계에서 그녀는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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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데, 한사코 자기 얼굴은 찍지 말라고 한다.
나중에 붓기가 다 빠지면
그 때, 다시 찍어달란다.
그래서 일부러 얼굴은 조금 흐리게 해 주었다.
그녀는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지금...
어머니로서 변신한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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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

from Story/Monologue 2008. 1. 14. 13:02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고리가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다.

내 고리만 튼튼하다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고리만 튼튼하다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튼튼해야만 이어지는 것이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2007/02/09 - [Story/Photo] -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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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사고

from Story/Monologue 2008. 1. 7. 19:50
오늘 출근을 하고,
커피를 마시러 옥상에 올라갔다.
그 때, 전화가 울려서 받았더니, 우리 부장님이시다.

[차에 가봐라. 내가 니차 박았다.]

처음 그 소리를 듣고 한참이나 웃었다.
가만히 세워둔 내 차를 박다니...
우리 부장님, 어지간히 운전 감각 떨어지신다.

가서 살펴보니, 음...
까지기는 많이 까졌다.
그런데, 범퍼 부분이라 뭐 굳이 수리할 것은 못 되었다.
내 차보다 부장님 차가 더 많이 긁혔다.
내 차야 벌써 12년이 다된 차고, 부장님 차는 이제 3년 정도 밖에 안된 차인데...
(내차 : 라노스, 부장님 차 : 카니발)

한참 웃고는 전화해서

[괜찮아요, 제 차보다 부장님 차가 더 많이 긁혔어요]

웃으신다.

월요일 아침부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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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결혼

from Story/Monologue 2007. 12. 26. 13:14
12월 15일 내 동생이 결혼을 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다고 설레발 치고 다니는 내가...
단 한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

왜 그랬었는지 분명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분명히, 친구에게 카메라를 빌려 들고 가기까지 했었는데...

어렴풋이,
어른들께 인사하느라 바빴고,
결혼도 하지 않은 형이 카메라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였을 것이다.

직계가족 사진을 찍는데,
내가 옆으로 조금 비껴 서 있었더니,
사진사가 말하길,
[동생분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 주세요.]

내가 돌아다니며 사진 찍지 않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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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ed

from Story/Monologue 2007. 6. 21. 13:10
실패라는 말은
내 뱉는 순간부터 마음의 고통이 스며든다.

거의 한달 동안 준비했었던 것에 대한 실패를 맛 보았다.
마음이 아파 집밖으로는, 아니 내 방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았다.
이틀동안 한끼만 먹은 것 같다.

나는 실패라는 말을 잘 모르고 살았는지 모른다.
가벼운 시험에는 떨어질 지언정,
정작 중요한 시험은 언제나 보란 듯이 붙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최종 면접만 간다면, 난 할 수 있어]
라고 떠벌리고 다녔는데,
그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야말로 면접은 자신 있었는데...
가장 자신 있는 부분에 떨어지고 나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한,
그 끝도 없는 잡념들 속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한없이 나약해 지고, 나약해 지고..
그러다, 먼지 같은 의미만 남고..

나는 알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그 어떤 말에도
그 어떤 누군가가 곁에 있어도
내게는 아무 의미 없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이겨 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
가라앉을 때까지 가라앉으면 다시 떠오르려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에는 꼬박 이틀이 걸렸다.
제자리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우습긴 하지만,
그런데로 제자리라고 하자.
상처가 남았고,
치료보다는 다음에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기 마련이니까.

그러고 나니...
흠...
이제는 욕심이 생긴다.
나를 떨어뜨린 그 곳...
난 반드시, 꼭, 다시 그 곳에 가리라.
욕심이 생겨버렸다.

그러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나는 실패한 것인가?
과연??

나를 실패로 이끄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나 자신을 제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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